스물두 번째 디저트
무언가를 정리하려다 보면 가끔은 손대지 말았어야 했나 싶은 것들을 마주하고 만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었고, 작업 후 스튜디오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서..
여기저기 쌓여있는 것들을 치우고, 바닥에 남은 먼지를 밀어내며 자연스레 몸을 낮추었다.
이리저리 엉켜있고 망가질 듯 구부러져있으며,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케이블들.
한숨을 내쉬고 손을 넣어 하나를 당기자 한 몸인양 같이 따라 나온다
나는 풀어내려던 손을 멈추고 잠시 바라보았다.
위태롭게 얽혀있지만 그 상태로도 아직 쓰이고 있었다.
얽혀있다는 이유로 제 역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보기 좋지 않을 뿐.
왜인지 깔끔하게 풀어내는 일 보다 이런 모양새라도 이어져있는 쪽이 더 중요해 보였다.
이 얽힘을 풀어내야 할 이유가 없음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될 이유가 있음에
나는 그 사이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다보다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깔끔함 보다 이어짐이 더 가까운 선택처럼 느껴졌다.
이리저리 엉켜있고, 망가질 듯 구부러져있지만, 이어져있음에 고마워.
... 그래, 당신과 이어져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