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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검정 위의 스크래치
3495 2026.04.23. 12:58

스물세 번째 디저트












가로등은 까만 아스팔트 위에 하얀 빛을 흘려보내고,
그 빛은 또 이리저리 부딪혀 하늘 언저리에
여지껏 이름없이 존재해온 색으로 흩어진다.

밝은 낮의 공기가 빛과 소음으로 팽팽히 당겨진 무언가라면
지금의 이 공기는 그것이 빠져나간 껍질 같은 것이다.

소리의 잔향 처럼 구석구석 훑고 지나간 것들이 남긴 온기는
차갑게 식어 질척이며 지금의 공기를 타고 내 어딘가에 고여갔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고르자면 이쪽이겠지.

저마다의 빛을 내며 반짝였던 도시의 빛들은
아직 끝이 아님을 주장하듯 서로를 밀어내며 켜져있었다.

높은곳의 창들은 아직도 듬성듬성 켜져있고,
신호등은 아무도 없는 도로위를 묵묵히 깜빡인다.

모두가 멈춘 것 처럼 보여도 완전히 멈춘 것은 없는 풍경.

달이 없는 밤의 색은 검정이 아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제 자리를 지키는 빛들이 부딪혀 만들어낸 색이었다.

낮동안 와닿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와서야 닿는다.
남아있다기엔 흐리고 없다고 하기엔 분명한 감각이 조용히 다가왔고,

그렇게 아직 하루의 바깥으로 밀려나지 못하고있다.

내가 닮아야 할 것은 저 묵묵한 불빛일지
곧 나를 내일로 밀어낼 아침의 빛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