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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망설임의 화이트
6309 2026.06.01. 18:02

스물네 번째 디저트












내달리는 감정과 뒤늦게 도착하는 문장.

나는 그게 좋았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앞서고, 말은 허겁지겁 쫓아오는...

가지런하지 않아도, 방향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뒤죽박죽 인 채로 서둘러 도착한 것들이 남긴 숨 같은 게 있었다.
깨끗한 종이 위에 잉크가 새겨지기 전에 이미 마음이 묻어있었다.

그리고는 언제부턴가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망설임이 생겼다.
쓸게 없어서는 아니고, 나오려는 것들이 있는데 종이에 닿기 전에 어딘가에서 멈췄다.
문장이 태어나기 전에 무언가가 먼저 와 있었다.

처음엔 고쳐 썼다.
그다음엔 쓰다가 멈췄고, 이젠 시작하기도 전에 멍청하게 서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그 마음이 가장 먼저 검문대가 된다.
그 사이에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형태도 없이.

한참 바라보다 덮었다, 무엇이 나오려다 덮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시 펼칠 때는 전보다 점점 무거워질 것을 느끼고 있을 뿐.

기준은 그렇게 자라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필요한 건 기준을 없애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은 출발선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것.
태어나기도 전에 서있는 것과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같은 자리는 아니다.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종이는 깨끗할 때 가장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쓰지 않은 문장은 고칠 수 없는 법이다.
내 것이 된다는 것은 한 번은 망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그 뒤를 따라가며 알게 될 것이다.
자기 증명이 아닌 나도 아직 모르는 내게 닿는 행위.
오히려 그 어긋남 안에 내가 있다.

마음껏 쓰기엔 많은 것을 보았고, 단정 짓기엔 흔들리는.
백지 위의 위태로운 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