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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불랑식품
75 2002.03.16. 00:00

요새 일이 있어서 압구정동을 자주 가는 편이다. 어제도 늘 그렇듯 겔러리아 백화점에서 시장을 보고나오는데 앗 내 시야에 뭔가 들어왔다. 거기 간판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불량식품 종합선물세트" 나는 호기심에 가서 보니까 이게 왠일인지...어릴적 우리가 늘 즐겨먹던 불량식품들이 선물세트로 한꺼번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아폴로,(빨대같은것 안에 달콤한 고형물이 들어있다 한개 백원) 쭐쭐이(노란색 쥐포같은건데 맛은 쥐포랑 전혀 다르다 한개백원) 맛기차콘(검정색과 노란색이 번갈아서 있는 길쭉한 쫀쫀이 같은것) 쫀쫀이( 불에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다 캬캬) 돈부( 초콜렛 땅콩 같은건데 그냥 밀가루와 초콜렛 맛만 나는것) 그리고 이름모를 사탕과 이름모를 쫀쫀이 같은것들...여러개가 한봉지에 들어서 삼천원에 파는거다. 나는 너무나 흥분되고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사버렸는데 사고나서는 좀 바가지 쓴 기분이었다. 한개에 백원씩 하는것 열개면 천원밖에 안되는데 이런걸 삼천원에 팔다니-_- 도동넘들~~~~속으로 궁시렁 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와 흐뭇한 마음에 봉지를 뜯고 하나씩 먹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월이 이십년도 넘게 흘렀으니깐 만드는 사람들도 변한걸까.. 예전에 국민학교 다닐대 먹던 그 맛이 아닌것이다. 아..우습게도 나는 국민학교때 그것들을 자주 먹지는 못했다. 학교앞 문방구에서 파는것들은 다 불량식품이라며 엄마가 절대로 사먹지 못하게 하셨던 때문이다. 그래도 어린 마음에 아이들이 사먹는 그것들이 얼마나 맛있게 보이고 부러웠는지... 어른이 되면 실컷 사먹을꺼라 다짐 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어른이 되었을때는 그런것들은 전혀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래도 쫀쫀이의 그 말랑말랑하고 질긴 그 맛은 훌쩍 커버린 어른이 된 지금도 난 잊을수가 없다. 요새 복고풍이라 하여 다시 그런 불량식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지만 장난 삼아 하나식 사먹어보는 즐거움에 지나지 않다. 그것보다 훨씬 영양가 있고 맛있는 간식꺼리 들이 늘 주변에 많으니까... 정말 반갑다는 말로밖에 표현할수 없는 아련한 어린시절의 향수.. 20월짜리 남비모양의 달콤한 그것은 지금도 전혀 찾아볼수는 없지만 나는 쫀쫀이 보다 실은 정말 내가 어릴때 한번 먹어봤던 남비모양의 20원짜리 그 과자가 더 좋았었다. 그런데 그것만은 유독 어디서도 요즘 찾아볼수가 없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던 것인데 그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흰 설탕물 같은것을 굳혀서 남비모양의 조그만 용기에 팔던 20원짜리 불량식품. 불량식품이라 낙인찍어 사라지게 만든 그것을 지금 초현대판 풍족한 문화의 대표거리인 압구정동의 한 복판에서나 만나볼수가 있다니... 세상은 정말 재미있고 살아볼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