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머리가 하얗고 족히 팔십은 되었을듯한 그녀... 머리가 하얗고 이가 다 빠져 합죽이턱이 되어 붉은 패딩조끼에 몇십년의 때는 묻어있는거 같은 스웨터에 돈가방을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그런 그녀의 옆에는 손수레에 팔다 남은 생선과 과일들이 여느 쓰레기 못지 않게 군데군데 듬성듬성 올려져 있다. 그렇게 허리가 굽고 늙은 할머니가 그런 추운날씨에 장사를 하고 일을 하고 허리를 굽혀 고무대야에 물건들을 씻을 힘이 남아 있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아침의 활기찬 시장바닥과는 달리 그녀들의 모습은 황혼도 저물어 가뭄이 휩쓸고간 폐허와 황야 그 자체였다. 그녀..혹은 그녀들도 젊었을때는 꽃다운 미모에 꽤나 아름다왔겠지.. 잠시 정차한 버스안에서 그런 그녀들의 젊었을때 미모를 상상해 본다. 나는...그런 그녀들의 그런 모습이 싫어 시간을 거부하며 서른살에 죽기를 희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증손자는 있음직한 그런 나이에 시장바닥에서 손수레를 밀고 갈 힘이 남아있는 그녀들의 진한 생명의 향기를 느끼면서... 너무 강한 생명의 질김에 소름이 끼친다. 모르겠다. 그냥 지나칠수 없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머리속이 복잡해 지는것을 모르겠다. 받아 들여야 한다면..피치못할 운명이라면 받아 들여야겠지. 사랑..인생..삶..역사..판타지..게임의룰? 그런것들은 그런것들일 뿐이고. 아직도 삶은 진지하다 못해 너무 허망하고 너무 솔직하게 시간과 동거한다. 그녀들이 우리들 아버지의 어머니들이었다면.. 시간이 그녀들을 갉아 먹었나. 그녀들이 시간을 갉아 먹고 사나. 오늘도 검은 비닐봉지는 그녀의 곁을 스쳐 바람에 날려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한곳에 살고 있고 같은 공기를 숨쉬지만 너무도 다른 더 많은 세상이 오늘도 눈앞에 펼쳐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