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외근나갈 일이 있어서 낮에 잠깐 나왔었다. 버스를 타고 뜨거운 햇빛 때문에 얼굴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창가를 바라보고 지루한 한낮 태양아래의 버스안에 덜거덩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그리 막힐 시간이 아닌데도 길이 너무 막혔다.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노래소리.... 창밖을 보니 무슨 시장이었는데 거기서 노점상들이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길가에 눌러앉은 전경들의 모습... 늘 그렇듯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 거리며 글자를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듯 애처롭게도 월드컵대비 노점상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쓰여 있었다. 하나 같이 몸빼바지라 불리는 항아리 바지를 입고 차양이 넓은 썬캡을 눌러쓰고 주름으로 그을린 얼굴로 앉아 있는 아저씨 아주머니들... 그 고요한 데모군중들 속에 대학가에서 오래전에 들었던거 같은 데모송.. 하하..데모 하는 것은 노점상들인데 내눈에는 마치 전경들이 데모하는 것처럼 보여지니 참 우습다. 조용히 길 한바닥을 차지 하고 앉아 있는 데모군중들과 그보다 더 많은 숫자로 찻길까지 방패를 깔고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전투경찰들.. 데모군중은 수십명 되보이는데 그것을 막으려고 앉아 있는 전경들은 수백명은 되는거 같다. 그리고 그들을 싣고 왔을 쇠창살문이 달려 있는 대형버스 여러대가 길을 막고 있으니 교통이 막힐수 밖에...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그들은 이제 너무 지쳐 곧 쓰러질거 같은 얼굴로 앉아 있고 전경들 또한 한낮의 뙈약볕을 견디지 못하는 듯 그렇게 묘한 어울림의 그림한폭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문득 그 둘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정반대의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한낮의 사장바닥의 그들의 모습은.. 그냥 삶의 한 풍경이었다. 신촌에서 툭하면 쏘아대는 최루탄에 눈물 흘리던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그 두 대비는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어울려서 한 풍경을 지어내고 있었다. 할머니들의 주름진 몸빼바지와 초록색인지 회색인지 분간이 안되는 전경들의 군복이 너무 우울해서 슬펐다. 세상이 너무 환하고 햇볕이 너무 뜨거워 질식할것만 같았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