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나의 편지함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았다. 내가 그동안 잊고 있던 일들이 되살아나 심장을 후벼판다. 그 누군가의 비번이 내 아이디였다. 아...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누군가도 비번을 내 아이디로 했었는데 말이다. 이 누군가는 나를 알지도,보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는데...단지 나와 편지로 무수한 논쟁을 했던것만 기억난다. 어둠안에서의 내 삶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좋은 기억도,슬픈 기억도 아픈기억도 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그 누군가는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정말로 비번을 내 아이디로 했을까 궁금해서 살짝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비번이 틀리다고 나온다. 그럼 그 사람은 아이디를 양도 했을까? 아니면 애초부터 비번이 내 아이디가 아니었는데 그냥 해본 소리일까. 그 사람의 편지는 굉장히 진지했다. 가끔은 너무도 진지한 사람들의 가면을 가끔 봐왔기에..이 사람은 정말일까. 하는 의심도 불쑥 생겨난다. 어쩔수 없다. 그저 재미있고 어둠을 나름대로 또다른 진지함으로 즐기려는 사람인줄만 알았다. 나와는 먼 나라 사람인줄만 알았다. 아니,나와는 가치관이 너무 달랐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는 꽤 진지한 편지를 주고 받았고 그 사람은 나를 굉장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세상에서 나 자신을 이렇게 굉장한 존재로 각인시켜준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이 보잘것 없는 나를 말이다. 이런것 또한 이 게임만이 가질수 있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슬픈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흘린다. 내 친구는 아직도 내가 소녀인줄 아는 공주병 환자라고 나를 놀렸다. 그래, 나는 확실히 소녀는 아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진심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글로써 그들의 마음을 읽거나 내 마음을 표현하는 작업은 꽤 어렵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나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아디디의 비번을 내 이름으로 바꿀꺼라고 했다. 거리의 먼지처럼 굴러 다니는 수많은 신용카드의 비번,이메일 비번, 인터넷 사이트의 수많은 비번들....그것을 누군가 타인이 내 이름으로 했다면. 모르겠다. 굉장히 흥분된다. 그때 우린 굉장히 진지 했었다. 그 사람은 지금 나를 기억할까? 의외로 싸우면서 친해진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