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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술] 펫 #8
335 2011.03.16. 04:29

저와 펫의 관계는 정말 진실된 친구의 관계입니다.
둘이 같이 잠잔다구 다 로맨스가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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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펫과 함께 잠을자려니 무언가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편안한 느낌. 비록 방은 돼지우리보다 살짝 깨끗한 수준이었지만,

여자 혼자 사는 방에 재떨이가 몇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

얘가 평소에 어떤 속옷을 입고 다니는지 뻔히 알 정도.

얘가 갖고 있는 모든 옷이 구겨져있는 정도.

밖에 안되었으니 잘 만 했다.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별 이야기 없이 소주 일곱병 정도 마셨을 때,

슬슬 술기가 올라오면서 피로도 함께 쏠렸다.

말도 없이 마셨더니 더 헤롱헤롱 거리는 것 같았다.


야 이제 자자


어짜피 이불을 제대로 깔고 제대로 덮고 잠잘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처박혀 있는 옷가지들을 대충 슥슥 밀어버리고,

펴져있는건지 접혀있는건지 알 수 없는 이불을 대충 탈탈 털어 그 위에 눕고,

하나밖에 없는 베개는 내가 베고, 펫은 팔베개를 해 주었다.


내 옆에 꼭 달라붙어서 자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긴했다.

술김에, 넘쳐나는 피로에 순식간에 잠 속으로 빠져들려는 찰나,





여러분들도 술 좋아하는 분들은 아실것이다.

둘이서 한 일곱병 넘게 마시고,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진 자취방에서 (담배연기도 자욱한)

이불덮고 딱 누으면 진짜 빠른 속도로 잠으로 빠져든다.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할 힘도 없고, 대답하기도 귀찮고, 대답해야된다는 생각조차

술기운에 먹혀버린다는 것을,


야.. 자?


펫은 내 가슴을 콕콕 찔러보았다.

정말 진심으로 토할뻔 했지만, 세상에 나에게 이런 근성이 있었다니. 라고 감탄할 만큼의

참을성으로 토를 참았다.


그런 내가, 그녀의 눈에는 잠든 줄 알았는지 혼자서 주절 주절 이야길 시작했다.

술 마실땐 분위기 잡고 몇마디도 안하던 그녀가,

울먹이면서 이야길 시작하고 있었다.


나 있잖아.. 정말 힘들었어..


술기운에 자꾸 정신이 희미해져갔지만, 펫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왠지 깨어있다는 걸 들키면 그녀가 말을 멈출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정말, 술기운은 올라오고, 토쏠리고, 그 와중에 자는척하려니, 정신이 나갈락 말락 했지만

잘참고 견뎠다고 나는 아직도 자부한다.


너 가구, 정말 많이 방황했어.

니가 만나지 말라던, 꼬라지 안된다던 남자들도 한번 씩 다 만나서 놀았고,

하.. 진짜 돈이 없으니까.. 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까 말이야,

보기 싫고, 나 어떻게 해보려고 작정한게 눈에 보이는데도,

나가서 같이 놀게 되더라, 그런 내 자신이 한심하고 병ㅅ같을 정도로

나 힘들었어.


너도 알지? 나 남자 정말 쿨하게 만나는거, 사귀자 그럼 사귀는거고, 틀렸다 싶으면 깨지는거 말야

너가 그거때문에 나 많이 구박했잖아. 정 없고 싸보인다고.

그러다가, 내가 한 남자를 만났어.

그 사람이 그러는데, 날 3년동안이나 지켜봐왔데.

내가 처음 입학했을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고백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는거야.


그러면서, 서서히 나한테 다가오는데.. 정말 어쩜 그렇게 진심이 느껴지던지.

내 그 쿨했던 마인드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 남자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거야.


후우-


이야길 도중에 잠시 멈추고, 펫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내 코를 붙잡고, 빙빙 돌리며 실실 웃었다.


잘도 자네 우리 주인님- 누가 업어가도 모를 색기네 이거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