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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무서운 이야기 [탄약고] 펌
267 2012.03.26. 19:00

00년 12월 말.. 소햏 상병 꺾일 때 이야기오..
소햏 군생활을 전방에서 했다오.. 어디냐 하면.. 철원.. 청성부대.. 그 중에서도 직할대에 있었소..

소햏 상당히 풀린 케이스라 상병 꺾이면서 내무실 투고가 되었다오.
밥이 되는 관계로 거의 일직만 한 번씩 서고, 야간 경계는 거의 서지를 않았으나..
혹한기 훈련과 맞물려 부대 내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었소..
그나마 밥이 되니까 안나가고 부대에 남아있던 것이오..

암튼 아무리 밥이 되기로 서니, 부대 남은 인원이 몇 안 되는 관계로
소햏 간만에 야간 경계 근무를 서게 되었다오.
우리 부대가 참으로 아햏햏한 것이 근무지가 꼴랑 세 군데 밖에 아니되오.
위병소, 취사장 뒤, 그리고 탄약고..

위병소는 워낙 들락거리는 인간들이 많고, 또 훈련기간이어서 빡세기 때문에 제외..
취사장 뒤는 부식빼먹을 수 있는 잇점이 있으나 당췌 ** 머오... 그래서 제외..
결국 상당히 땡기지 않으나..어쩔 수없이 탄약고 근무를 섰소..
열라 밥 안되는 인사계 쫄병 데리고..

암튼 체감온도 영하 20도 까지 떨어졌는데 새벽 한 시에 야간 경계를 나가려니 진짜 춥더이다..
깔깔이 두 개에 내복에.. 완전 무장을 하고 탄약고로 힘겹게 올라갔소..
씨봉.. 바람 종니 부오.. 바람막이 겸해서 비니루를 쳐놨는데..
씨봉 개늠의 근무자 색히들이 무료했는지 하트 모양으로 뚫어놨더이다.. *;;
추워죽겠는데 바람 종니 불어서 총은 옆에 던져두고 오들오들 옹그려서 취침모드로 들어갔소..
쫄병 색히한테는 "일직사관 오면 수하 똑바로 하고 잽싸게 꺠워라" 일러두고..

암튼 그렇게 한참을 떨면서 꾸벅꾸벅 하고 있는데..
쫄병 놈이 깨웁디다...
"김 병장님, 김 병장님."
소햏 무지 짜증을 내면서 잠에서 깼소.. "일직 떴냐?" 하면서..
근데 이색히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초조한 모습을 하고 있더구랴..
이색히 왜이러지 싶어..
"왜 그래. *색햐"
"저..주무시는데 죄송한데.. 탄약고 안에서 소리가 납니다."
"소리? 먼소리야.."
"죄;죄송합니다. 들어보십시오.."
소햏 분위기 먼가 이상하다 싶어 탄약고쪽을 봤소.. (근무자는 앞으로 보게 되어있고 탄약고는 근무자 등뒤에 있는 구조라오..)
그랬더니.. 아주 작게.. 들릴락말락..
'서걱서걱. 북적북적..' 하더이다. 들릴 듯 말 듯.
소햏 흠칫 놀랐으나 침착한 듯이.. "뭐지? 쥐라도 있나? 언제부터 났냐"
"저도 몰랐는데 아까 주무시고 나서부터 계속 납니다.."
뭔가를 가는 듯한 소리. 뭔가 액체를 펌프질하는 듯한 소리.. 나즈막하지만 규칙적으로 들려오더구랴..

순간 긴장돼고 갑자기 겁이 나서 "야, 상황실 연락해봐" 하고 있는데..
이색히 또 절 찾습니다.."김병장님 김병장님.." 아까보다 더 다급해 하더구랴..
"왜,왜 그래"
"바닥에, 바닥에 물이 자꾸 차오르는 거 같습니다.."
"물??? 무슨 물??"
"저,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뭐가 찰박찰박 합니다.."
이 녀석 아까보다 더 떨고 있더구랴.. 미치는 거 같았소..
잠결임에도 뭐가 이상하다 싶어 자세를 곧추 세웠소..

바닥을 군화로 딛어보니 '찰박...' 하더구랴..
뭔가 이상해쏘..
"뭐야. 이거... 어디서 물 새는거야?"
처음엔 물이 새는가..했소.
왜냐면 부대가 워낙 산에 들어가 있는 지라 식수시설이 원활하지가 못해 탄약고 뒤에 큰 식수 저장고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오..
"물 새나 보다. 탄약고에 물 들어가는 거 아녀..? 아~ 그럼 *돼는데.."
하고서는 투덜투덜하고 있었드래쏘..
근데 이 색히 덜덜 떨며 얘기하기를.. 아주 나즈막히..
"김병장님, 무,물이 아,아닌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목소리를 떱디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어 바닥을 만져봤소..
근데..
이 엄동설한에.. 영하 20도의 추위에..
미지근한 것이 만져지더이다.. 점도가 있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데...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거의 동시에 손전등을 켰소..

"어억!!" 소햏이랑 쫄따구 거의 동시에 자지러질 뻔 해쏘.
손에 피가 흥건하더구랴..
소햏이랑 쫄따구 군화를 적신 미지근한 액체가 피였던 것이오...
놀라면서 바닥을 비추는데.. 흥건한 정도가 아니라 물이 고여있듯이 차있었소..
탄약고에서 자국이 시작되더이다..
완전 밀폐인 공간인데.. 생명체가 있을 리 만무한 공간에서 말이오..

소햏, 쫄따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를 지르며 탄약고 근무지 밖으로 튀어나왔소..
그러고 나서 손만 집어넣어 정신없이 ta-312 (일명 딸딸이~)를 돌렸소..
"일직사관님, 일직사관님, 탄약고 김병장입니다. 빨리 좀 올라와 주십시오. 빨리 좀"
"왜그래. 무슨 일이야"
"제발 좀 올라와 주십시오.. 제발 좀"
"어, 그래 알았다"

쫄따구 옆에서 거의 울부짖더구랴
"김 병장님, 김병장님, 어떡합니까" 총은 탄약고로 겨눈채..
소햏 고참 입장에서 어떻게든 쫄따구 진정시키려고
"일직 올라온단다. 좀만 참자. 뭐야. 이거.. " 저 역시 진정이 안되긴 하더구랴..
아무튼 일직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총을 겨눈 채 그러고 있기를 5분 여..
일직사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손전등 비추며 올라오더이다 (이 야간 근무 수칙도 모르는 븅삼 일직사관같으니!!)

"김 병장, 김 병장?"
"예. 일직사관님" 솔직히 대답할 기력도 없더이다. 너무 긴장해서..
"너네 뭐야. 왜 나와 있어? 왜 부른 거야? 무슨 일 있나???"
"여기,,,여기.. 여기 좀 봐주십시오.."
일직사관 보니 안도가 되면서도 도저히 진정이 안되어 목소리가 한없이 떨리더이다..

근무자 두 놈이 다 나와있고.. 총은 탄약고 안쪽으로 겨누고 있고..
일직사관 보기에도 뭐가 이상하다 싶었던지 황급히 올라오더이다..
"왜 그래!" 하면서 탄약고를 비추는 순간..
"어억!!!" "뭐야 이거!!!"
일직사관 놀래서 한 걸음 물러서고.. 동시에 셋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두어 걸음 비켜났다오.
"이 일병(쫄따구색히..). 얼른 연락해!! 5대기 올리라 그래!!"
쫄따구 황급히 ta-312 를 돌렸소..
긴장을 너무 했는지 돌리다가 자꾸 어긋나더이다.
일직사관 당황했는지 자기가 나꿔채서 열라 돌리더이다..

"일직하사! 일직하사. 5대기 불러. 5분대기 깨워. 빨리!!!"
일직하사 바로 5대기 종 치더이다. 땡 땡 땡..
5대기 막사 쪽에서 우당탕 소리나고.. 저 밑에 상황실에서는 분주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셋은 잔뜩 긴장해서는 아무말도 못하고 탄약고만 주시하고 있었소.
정말 얼어붙은 듯 아무 조치도 할 엄두도 못내고..

그때의 기다리는 5분간이란..정말... 미칠듯한 기분 그 자체였소..
암튼 잠시 후 5분대기 출동하고..
5대기들 잠에서 깬 짜증나는 얼굴하고 평소처럼 괜시리 5대기 함 때렸겠거니..하는 눈빛으로들 있다가..
도착하고 보니 일직사관이랑 근무자 둘이 얼어붙은 눈을 하고 있는 거 보더니..
다들 긴장하더구랴.
"일직사관님 5대기 출동했습니다"

"너,너희들 얼른 경시줄 쳐. 얼른!!"
5대기들 무슨 영문인 지 몰라 있다가 뭔가 사태가 이상하다 싶었던지 탄약고 쪽을 쳐다들 보더이다.
거의 동시에 다들 흠칫!.. "억" "어.. 어엇!!" "억.."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전등을 죄다 켜고 탄약고 주위를 에워쌌소..
5대기 두명이 경시줄을 치고.. 셋은 사주경계를 하고..
저랑 쫄따구는 한 발짝 물러서서 숨을 잠시 골랐다오..


경시줄 치고.. 사주경계하고.. 5대기조장이 보고를 하였소..
"일직사관님, 상황 조치 했습니다"

일직사관 몇초간 가만 있다가 숨을 한 번 크게 쉬더구랴..
"그래 알았다. 물러들 있어"
"5분대기조장. 나 따라와라. 김병장. 너도 같이 들어와"
제길슨....난 왜 부르냐고.... ㅡ_ㅠ..
"혹시 모르니까 나머지 5대기는 탄약고 향해 있어!"

그러고서는 일직사관 탄약고 문을 조심스레.. 정말 조심스레 열었소..
삐그덕...........
훈련 때 탄 뺄때나 쓰는 곳이라 철문이 참 많이도 녹슬었더구랴.
5대기 12명, 소햏,쫄따구, 일직사관까지 해서 15명이나 있었음에도 그 처절할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란..
삐그덕 소리가 가슴을 후벼팔 듯이 들렸소..

일직사관, 손전등을 탄약고 안을 비췄소..
소햏. 간이 정말 문드러질 듯 하더구랴.. 안을 안 살필 수도 없고..
"어억..."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소..
탄약고 밖으로 정체모를 피(피였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 액체.. 점도 높은 미지근했던 그 액체..)가 그렇게 흘러나왔음에도..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탄약고..

일직사관. 조금 안도한 눈빛을 하다가.. 소햏과 5대기조장에게 탄약고 안쪽을 살펴보라 하더구랴.
*색히..지는 겁난다 이거지..
까라는 데 안 깔 수 있소.. 제길슨..
소햏, 5대기 조장 넘이랑 탄약고 안쪽을 비추기 시작했소..
제발 시체라도 있는 건 아니길 간절히, 정말 간절히 빌면서...

휴........ 다른 뭔가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듯 했소..
"일직사관 님, 별다른 것은 없어보입니다..."
그러면서 탄약고를 손전등으로 휘이~ 비추는 순간. 그런데 순간.
"어억!!!!" 5대기 조장 소스라치게 놀라더이다.
거의 동시에 소햏 역시 "어억!!!!!"

고양이 한 마리가.. 고양이 한 마리가 수류탄함 쪾에서 이쪽을 노려볼 듯이 두눈을 부릅뜨고 죽어있더이다.
이미 죽어서 촛점을 잃은 뜬 눈을 손전등으로 정확히 비춘 것이오..
아... 그 때 놀란 거 생각하면.. ㅠ_ㅠ................
아무튼, 셋은 거의 동시에 놀라서 두어 걸음 황급히 물렀다가.. 이내 안정을 취하고 고양이를 살피게 되었소..
안심이 되면서도.. 놀란 가슴 쉬이 진정은 안되더이다..

일직사관 왈. "후우........... 저 고양이 치워" 하고 명령하더이다..
5대기조장. 종니 어이없다는 눈을 하면서도.. 소햏보다 밥이 안되는지라.. 치우러 향하더이다..
소햏 안도하면서도.. 저 고양이가 죽은 상태가 아녀서 야옹!!하면서 튀어오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밖에는 아무생각도 나지 않더이다..
5대기 조장, 고양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갔소.... 그리고는 고양이를 들어올리는데..
피가 뚜욱 뚝.. 하더구랴.....
너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이거였나? 이거 때문에 피가 밖으로 쏟아진 거냐?" 하고 일직사관 나한테 묻더이다.
이색햐.. 내가 그 고양이한테서 피가 쏟아진 건지 어떻게 아냐............
소햏 아무 말 못하고 우두커니 있을 수 밖에..
아무튼, 5대기는 그것으로 상황 종결을 하고 상황실 대기를 명하였소..
"5대기는 먼저 내려가서 상황실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아무튼, 일단 상황을 그렇게 종결하고 본햏이랑 쫄따구는 근무 시간을 거의 소진한 관계로 바로 복귀를 하였소
그 후 시간의 근무자는 탄약고 밖에서 경계를 서는 걸로 대신..
암튼 상황실에 돌아와서 복귀 신고를 하려는데..

일직사관이.. 일직사관이.. 순간 너무도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저를 불러세우더이다.
"김병장. 김병장... 그,그런데 어째서...."
"예??"
"어째서... 피가 그렇게까지 나와있을 수가 있나?"
"...................................!!!!!"

순간 온 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소..
그제서야 깨달았다오.. 너무 경황이 없었고 고양이 죽은 거에서 피가 나왔으려니..하고 결론 지었는데..
소햏과 쫄따구가 찰박거릴 정도로 밟은 그 피는..
도저히 한 마리의 고양이 분에 해당하는 양이 아니었던 게요........

소햏 얼어붙을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