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올드유저> 옛날 야배이야기 - [1화]
2292 2015.08.24. 03:12




다른 분들의 재밌는 글들을 읽다보니

나도 내가 재밌었던 옛날 야배 이야기가 생각나서

잠시 기억을 꺼내어 본다.


지금은 야배가 거의 멸망하다시피 되었지만.. 정말 어둠에서 배틀장 생활이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며 즐거움이었다.

나는 고서열도 전혀 아니었고 길드전에 관심도 없었으며

오직 1인 개인 플레이로써.. 2풀 직도, 체 3만대 도전, 체 18만 도전 케릭으로

경험했던 야배 이야기를

나와 비슷한 연대를 지난 올드유저분들과 같이 나눠보고 싶다.


처음 내가 승급 야배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지금은 아마 존재하지 않는 공케(비밀번호가 게시판에 떠있는 공개케릭터) 중

'작은 정우성' 이라는 도전승을 접속하면서부터였다.

참고로 몇 년 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못해도 10여년 이상은 지난 것 같다..


이 케릭터는 체력이 3만 4천? 정도의 도-전 승급이었다.

공케니까 당연히 무장은 거지.. 하지만 다행히 승급옷과 승급칼(아스카론)은 있었다.

본케에서 5만원 정도를 옮겨서, 목걸이 4개 (각 1만원)와 벨트 1개 (역시 1만원) 를 입히면

그것이 무장의 끝이었다.

포인트도 그럭저럭 쓸만했던 것 같다. (0풀이지만 - 아마 지금의 포효 전**도?)


이 당시에는 초고서열이라는 격수의 체력이 30만 정도..

내 기억에 30만 이었으면 거의 1, 2위를 다투었고. 그들은 보기 힘든 존재였다.

10만만 되어도 아주 강력했으며.. 20만이 되는 격수는 범접할 수 없는

사회지도층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밀레스, 수오미, 루어스 배틀장에 가면 그때는

3-4만 정도의 승급 격수면 그리 저서열은 아니었다.

그때는.. 2써클, 3써클, 4써클도 심심찮게 야배에 놀러왔으며

야배의 절반 정도가 비승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집졸이 되지 않는

승급들이었다. 가끔 보이는 10만 이상의 고서열들을 빼고.


이때는 야배를 1시간을 하든 2시간을 하든

하이드가 풀리지 않았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하이드를 쓴 상태에서

매드 암살 크래셔를 마구 갈기고 동시에 다시 d1을 눌러서 하이드를 쓰면

상대방은 누가 어디에서 기술을 썼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은 그게 안된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컨트롤의 문제였으므로 능숙한 도적, 또는 도전 등의 직업들은

대체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기본이었다.


나는 주로 비격수를 노렸다.

이때는 자보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모탈은 대략 18초였다.

5만 정도의 체력을 가진 법직, 직법들이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서 2-3걸음 정도 떨어져 있다가

그가 이모탈을 쓰면 초를 세기 시작했다.

헷갈릴때는 시계의 초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리고 18초 정도가 되면

하이드 상태에서 그 옆에 붙어

적갑옷해체 + 적무기 해체 + 매드 + 암살 + 크래셔 -> 그리고 즉시 하이드 (0.5초안에 다눌러야.)

를 시전했다.


크래셔가 실패하지 않으면.. 거의 백퍼센트 사살이다.

그들은 죽었으며,

누구에게 죽었는지 알지 못한채로

분노를 느꼈다.


가끔 그에게 아는 도적이 있으면

센서스를 통해 발각되기도 했지만

그럴 땐 전체마법이 닿지 않는 화면 밖까지 도주한다.

그리고 1-2분 경과..

상대가 전체마법을 멈추면

나는 다시 다가가서..

같은 방법으로 죽인다.


그렇게 5-6번 정도 죽임을 당하면

상대는 머리끝까지 열이 받지만

여전히 누구에게 죽었는지는 대체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가끔 4:1로도 붙을 때가 있었다.

그게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무장이 워낙 거지같기 때문에

지나가던 3써클들도 나를 공격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정말 재미가 있는데

예를 들면 상대는

4써 도가 1명, 전사지존 1명,

그리고 나와 비슷한

3-4만 정도의 도적, 전사승급 등 이런식으로

적들이 만들어져있다.

그러면 4써 도가는 기공과 윈드로, 전사지존은 돌진으로 죽이고

승급 2명중 1명에게는 적갑옷 해체 + 매드소울 (이럼 죽는다. 옷벗기면 죽는다..) 로

나머지 1명은 조심하며 연이은 암살 + 크래셔로 죽이곤 했다. (이미 매드를 쓴 상태.)

모든 스킬을 동원하여

한 번에 4명을 때려잡으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은 분노하지만 (저글링처럼 다시 달려듬)

나는 재미가 있다.


적들의 체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명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도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가끔 특별한 희열을 느끼게 했던 것이..

나보다 훨씬 오버스펙인 고서열을 잡는 것이다.

격수는 무장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옷 벗겨도 방패때메 안 죽는 애들이 많다.)

체 15-18만정도 비격 중에서

아이템창을 채우지 않아 적갑옷 해체가 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함부로 공격을 해서는 안된다.

하이드로 오직 '적갑옷해체' 만을 시전해서

옷이 벗겨지는지.. 그것을 정찰하는 것이

최우선의 임무다.

그리고 옷이 벗겨짐이 확인되면


멀리에 선다.

그가 이모탈을 쓰면

나는 다시 초를 센다.

10초 정도가 경과하면

한 걸음씩 다가간다.

(만약을 대비해 하이드 대기중에 완방 + 즉시 재하이드를 사용해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그리고 15초가 경과하면 그의 옆자리 (즉시 도주가 용이한 곳으로 서야 한다. 퇴로확보.) 에

자리를 잡으며

3초 정도를 더 세고

적갑옷 해체 + 적무기 해체 + 매드 + 암살 + 크래셔 + 하이드를 시전한다.


어떤 경우 체가 20만인 비격은

정말로 검은틱에서 사는 경우가 있다. 정말 검은틱.

팟과 크래셔가 다 박혔는데도..

그럴 때는

돌진과 기공 윈드 메가까지 모든 스킬을 있는대로 다 때려 부어 쏟아 넣는다.

그럼 정말 간신히 죽이는데

그것은 정말 온 힘을 다해 얻는

전리품과 같다.


일반적으로는

가끔 크래셔가 실패할 시

매드만 맞기 때문에

돌진을 사용해서 즉시 도주한다. (돌진은 늘 도주용으로 최대한 아낌. 공격용으론 잘 안씀.)

그들은 비격수라 보통 탐색을 위해 빵을 쓰기 때문에

화면 끝에 대기하다가

빵이 터지는 순간 한칸 더 내려가면 나는 잡히지 않는다. (미쓰도 안뜨고 맞지도 않지.)

그리고 잠시 뒤 재습격..


크래셔가 실패하지 않으면

그렇게 황천길이다.

그들은 15만이 넘는 고서열이지만

3만짜리 도전승에게 죽는다.


그리고 보통 이 정도 체마가 되는 비격들은

이모탈을 안 쓰거나

대~충 천천~히 쓰기도 한다.

풀리든 말든..


'어떤 놈이 감히 나에게 시비를 거느냐.'

자부심이 있다.

특히 연공을 가진 법직들은

호르조차 자신에게 안걸기도 한다.

그냥 잠수타듯이 둔다.

그러면 그들은 그들은 내게 죽고

분노하며

이를 갈지만


나는 도주하고

잡히지 않는다.

(가끔 길드원 불러서 고서열 도적에 떼거지로 부르면 나는 즉시 다른케릭으로 접속한다.

그리고 그들이 다 가면 그 비격만 다시 죽였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미안..)


이 작은 정우성이라는 공개 케릭터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접속률이 너무 치열해졌다.

공케를 해본 분들이라면

다 겪어보셨을 것이다.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접속 아이디 비번을 치면

"현재 접속중입니다."

이 싸움을.. 때로는 30분 이상 하기도 한다.

1-2분, 또는 5분만에 포기하는 이도 있으며

30분이고 40분이고.. 좀비들처럼

경쟁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너무 경쟁자가 많아서

더 이상 '작은 정우성'의 파괴력을 느끼기 힘들어진 것이다.

나는 고민을 했다.

이 3만짜리 도전승급의 매력은

너무나 막중했다.

포기하기에는

슬픔이 너무 컸다.



그래서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비슷한 케릭을 하나 만들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죽이는 건 '크래셔' 이기 때문에 힘콘덱풀 따위..

힘들어서 안올릴거고.

오직 크래셔와 체 3.5만을 목표로 삼았다.


여케릭이 예쁠 것 같아 'xx미녀'라고 도적으로 아이디를 만들고

열심히 키웠다.

그때는 내가 학생이고 방학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집중해서

하루에 레벨 99.. (본케로 멀티 밀기 좀 했다. 본케도 고서열 아닌 그냥 직법승.)

그 다음날 전사로 전직을 시키고,

그 다음날 다시 전사 99를 찍었다.


전사 99가 되어 호러에 가니 어떤 분이 갑자기 귓말을 했다.

"어제 도적이었던 분 아니세요?"

"네 맞아요.. 전직하고 오늘 다시 전사로 99 찍었어요."

그는 내가 시간을 초월한 사람처럼

도적99에서 하루만에 전사99가 되어 돌아온 것이

믿기지 않는듯 보였다.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긴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밀기한다면 - 가호나 퀸세 이런거 없다 텔도.)


근데 여기서 부터가 문제였다.

전사 갓지존.. 기술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이 당시 갓팀이라고 하면

정확하게 시간당 경험치가 '3천만' 이었다.

그게 정상적인 갓팀이었다.


힘들지만 목표를 향해 달렸다.

하루에 순수 사냥 시간 17시간..

17 * 3천만 = 하루에 경험치 5억씩 했다.

하루가 끝나면 뿌듯하긴 하지만

온 몸이 결리고

중간에도 지겹고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3일, 4일, 5일, 6일..

30억 정도는 한 것 같다.


그리고 승급을 했다.

승급 이후에는 대충 집털이에 끼거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래저래 경험치를 모아서

오직 포효만 있고,

포인트는 그 이상 1개도 안샀고

무장은 없고

2차 직업도 없는 '마스터' 상태의

무장 체력 (무장이래봐야 역시 승급옷과 칼, 그리고 만원짜리 목걸이 셋과 벨트다.) 3만 8천의

'작은 정우성'을 능가하는

새로운 케릭터가 태어난 것이다!


그때부터 동일하게 나는 야배를 종횡무진 했다. (사냥따위 영원히 안녕.)

야배에 오는 이들 중에 7-80퍼센트가 나와 체마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았다.

특히 체력이 4-5만 정도 되는 격수들은

접전을 벌이기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체가 5만이라도 적갑옷이 되는 이들은

매드 한 방에 죽기도 했으며

체가 4만이라도 무장이 좋은 이들은

크래셔를 사용해야만 세상을 뜨게 할 수 있었다.

(한 6만 넘는 애들은 잘 안죽더라. 적갑옷되면 당연히 죽음.)


그리고 체가 나를 능가하는 7-8만의 비승 격수들과도 격전을 벌이곤 했다.

승급보다 오히려.. 이 비승에서

컨트롤이 뛰어난 이들이 많았다.

그에게는 나보다 높은 2배의 체력이 있지만

무장 ac가 낮았기 때문에


8만 도전 정도면 내가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나를 쉽게 죽일 수 있기에

우리는 가끔 대결을 벌이곤 했다. (샤니xx) 아이디도 기억날 듯.


그렇게 한참을 누비고..

야배의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가끔 작은 정우성 보이면 0.5초만에 가차없이 죽임. 니가 나를 팅궜냐.. 하며.)

나는 새로운 케릭터를 보았다 ㅡㅡ



그것은 '직도' 였다.

그는 나와 다른 존재였다.

체력도 낮아보였고.. (승체로 추측)

매드 한 방이면 죽여버릴 수 있는

별 볼일 없는 도적으로 보였지만


연약한 그를 모든 기술과 마법으로부터 (달마제외)

철옹성같은 무적의 상태로 만드는

'이모탈'

그리고 서열 1-2위를 다투는 초고서열들의 팟을 제외하면

당시 거의 최강의 기술인..

'기습'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그의 강력한 기습에

폭발적인 촉진제를 달아준

그가 시전하는 무시무시한 패키지 마법

'리베라토'

였다.


나는 그가 가진 핵무기와 같은 위력을 보며

내가 '직도'의 세계로 조금씩

끌어당겨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