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부산의 가난한 동네중 한 곳이었던 우리 동네에 드디어 PC방이 생겼다.
가난한 동네에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 집안이었기에 그 당시 컴퓨터를 하려면 동사무소의
우측 한켠에 설치되어 있던 민원인 전용 컴퓨터 2대 중 한 대를 이용해야 했다. 그 마저도
동네 가난한 아이들의 경쟁이 치열해 쉽사리 이용할 수 없었다.
거두절미 하고, 그렇게 처음 생긴 PC방의 요금은 한 시간에 1,000원, 당시 500원이면 배불리
군것질을 할 수 있었던 초등학생인 나에게 너무나 큰 돈이었다. 동네 친구들의 사정 역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돈이 없던 우리들은 PC방에 가서는 담배연기 자욱한 곳에서 동네 형들 또는
어른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구경만 하였다. 동사무소에서 하던 것이라곤 주니어네이버의
플래쉬게임이 전부였던 우리는 구경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개업한 PC방 사장님도 그 사정을 아는지, 측은해 보였는지 우리를 내쫓진 않았다.
그러던 중 PC방 한 켠 자리에서 잔잔한 피리 소리와 함께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조작하며 움직이고 있는
게임을 하는 어떤 고등학생 형을 보았다. 그 게임은 바로 어둠의전설, 피리 소리 역시 우리가 아는
구 밀레스 마을의 배경음악이다.
그 게임을 너무나 강렬하게 하고 싶었으나 내게 1,000원 이라는 PC방 이용료를 지불하며 게임을 할
여건이 없었다. 곧바로 동사무소로 달려갔다. 당시 그 고등학생 형이 하던 게임이 무엇인지
가난한 우리 동네에서도 조금 사는 편에 속하는 친구에게 물어물어 게임 이름이 어둠의전설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게임을 깔아 하게 되었다.
레벨1에 셔츠하나와 목도가 전부였음에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해봐야 온라인이 불가능한
주니어네이버 게임이나 하던 내게 실시간으로 온라인 채팅이 가능한 어둠의전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레벨 10을 달성한채 노비스 마을에서 노닥거리는게 전부였던 시절, 팜펫을 사냥하다 도망가는
팜펫을 따라 갓더니,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는 것을 알게 되고는 동네 아이들에게 비밀의 방을 찾았다며
동사무소에서 몸소 시범까지 보여주던 시절이었다.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레벨 유료 제한이 41 이상으로 늘어났다. 본격적으로 사냥을 했다.
물론 동사무소에서.. 각설하고, 그러던 중 포테의 숲이라는 사냥터에서 호기심에 "오솔길" 이라고 하는
맵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자이언트 맨티스라고 하는 보스를 잡기위한 방이라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그 보스를 잡고자 파티원을 모집하여 오솔길을 향했으나 왠걸, 모르는 사람들이 길을 막고서 방해를 한다.
그렇게 함정을 밟아 나의 캐릭터 머리 위에 해골이 떳다.
이런, 내가 어둠의전설을 하며 처음 머리위에 해골이 뜨는 것을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캐릭터의 죽음의 직전 말이다. 결국 나를 포함한 파티원 몇명이 죽게 되었다. 당시 나는 배트맨이라고 하는
옷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노비스의 "마라메" 부인이라고 하는 NPC로 부터 매일 만골드씩 받아 모은
돈으로 삿던 나의 유일한 재산이자, 우리 동네 한정, 당시 유행하던 마수리 목걸이 보다 인기 있던
내 아이템이었다.
결국 죽게되면서 배트맨 아이템을 잃어버렸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한 초등학생이 처음으로
인생의 허탈함과 패배감을 느끼게 되었다. 동사무소의 민원 처리용 PC 앞에서 나는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컴퓨터를 종료하고 나는 그 뒤 다시 어둠의전설을 시작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추억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