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드 친선전 -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2012년에 운영했던
나의 첫 길드이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 친선전의 기억이다.
2012년에 어둠의전설을 하루 4시간씩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시간적 여유로움을 보장받고 추출기 이벤트에 힘입어
승급이라는걸 해보고 나니까 길드 컨텐츠도 너무 궁금해졌다.
왕의 문장이라는 아이템 두 개를 루어스 성의 세바스찬에게 가져다주고
만든 나의 길드는 특이했던 이름 때문에 금방 며칠 안가서 10명이라는
유저가 모였고 그렇게 마이소시아에 닻을 올리게 된다.
길드에는 당시의 나 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서 더욱 뭉치자는 의견들이 많았기에
게임을 하지 않을 때 역시 언제 어디서나 어둠의전설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아이템에 관한 연구라던지 . 사냥터에 관련 된 공략이라던지 .
게임에 관련한 이야기였지만 그런 그들을 이끌어가는
자리에 앉은 내 스스로가 무척 만족스러운 하루하루였다.
그런 어느 날.
인원이 7~8명쯤 소규모로 운영되던 한 길드와 사냥터에서 마찰이 있었고
상대 길드의 길드장은 내게 1:1 대화를 요청한다.
대화의 내용인즉슨.
서로 감정의 골이 상해서 전쟁이라도 해버린다면
서로가 성장을 하는데 방해를 받고 감정이 깊이 상해버리니
깔끔하고 사나이답게 친선전으로 승부를 보자는 이야기였다.
더 큰 불화로 번지기 이전
그런 아이디어를 내준 상대 길드의 길드장이 내심 존경스러웠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우리는 루어스 마을에서 친선 전쟁을 벌인다.
전쟁은 딱 30분간 진행하기로 협의를 하고
30분이 끝나면 서로가 화해를 하며 전쟁을 멈춘다는 의견.
그렇게 가벼운 작전회의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루어지고
정해진 시간에 30분 동안 우리는 마주해서 열심히 싸웠다.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나르콜리나 다라밀공. 크래셔 등
하지만 사냥터에서 몬스터에게 타격을 입을때처럼 아프지 않았다.
배틀장에서 타 유저들에게 맞을때처럼 아프지 않았다.
승부욕이 발동하고 이 전쟁을 하나의 컨텐츠. 스포츠로 여기며 열심히 전쟁에 임한다.
상대 길드도 그게 재미있었는지 약속된 30분은 결국 1시간 가까이 연장되었고
화끈한 전쟁을 멈춘건 상대 길드의 길드장이였다.
상대 길드장은 누구의 승부도 아닌 이 무승부 전쟁에서
승리는 나의 길드. 우리의 길드라고 치켜새워주었고
당시 어렸던 나는 눈 앞의 승리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에 흠뻑 취해 길드원들과 승전보를 울렸다.
모종의 이유로 시간은 흘러흘러 지금 많이 변해버린 어둠의전설 길드와
그리고 어둠의전설 게임 시스템이지만.
난 아직 루어스 마을에서 9년 전 ,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를
또렷하게 기억하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