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렷하게 아이디는 기억나지만 차마 이곳에 그녀의 아이디를 기재하지 못하는 점 양해바래요
할수있는건 모여앉아서 누가 더 현실에서 우위인가를 가리는 쓸데없는 대화가 무성하던 그 시절...
그 날 나는 짧은 14년의 각박한 인생사에서 다시는 찾지못할 사랑을 하게됐다...
자유롭던 초등학교에서 무서운 중학교생활은 가뜩이나 푸석한 내 얼굴을 더 푸석하게 만들었다...
사내들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는 무서운 중학교를 마치고 그나마 힐링을 받을수있는건...
나의 작은 도트 캐릭터 ...
얼굴도 모르고 표정도 모르는 온라인세상에서 나를 감추고 내 속내를 털어놓을수있는건..
어쩌면 온라인게임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친목아닌 친목을 도모했는데...
그 날 홀리완드를 들고... 노란 머리의 그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자기는 학생이라고만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몇살인지 말을 해주지않았던 그녀는
이 다음에 어른이되면 의사가될꺼라고 ... 그래서 직업도 성직자를 선택했다면서
지금은 아무도 사용안하는 쿠로라는 마법으로 같이 이야기 해주는 사람들에게 치유 마법을 난사한다...
혈기왕성한 질풍노도가 만든 감정의 방향이 그녀를 눈에 담은걸까...
아니면 난 정말로 어둠의전설 속 그녀를 보면서 사랑에 빠진걸까...
같이 이야기를 하며 놀던 사람들도 놀이공원에 가서 놀자며 그녀와 나를 놀이공원으로 이끌었다...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어둠의전설 몬스터 옆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점괘를 보기도 하고... 함께 폭탄빵피하기도 하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에x랜드나 롯x월드는 지금 이 어둠의전설 놀이공원을 절대 따라오지 못할것이다...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그녀와 나는 점차 가까워졌다...
더이상 학교가 무섭지않았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그녀와 뭘하면서 오늘은 시간을 보낼까라는 생각이 날 미소짓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이나고 친해진다면서 pc방에 갈때 나는 무조건 집으로 달려왔다...
스타크래프트따위는 절대 그녀와 나의 단꿈을 이길수없었으니깐....
우리는 그렇게 꽤 오래도록...온라인에서 알수없는 사랑을 키워나갔고 난 점점 그녀가 궁금해졌다...
보고싶었고... 만나서 그녀와 함께 어둠의전설을 하고싶었다...
오렌에서 해적을 툭툭 건드리면서 도망가기를 반복하며 그녀와 시간을보내다가...
난 결국 그녀에게 만나자고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나 단조로운 그녀의 대답이 날아온다.
"그건 좀..ㅎㅎ"
화가 많이 났다...
난 그녀때문에 학교생활이 재밌어졌고 행복했는데 왜 그녀는 그렇지 않아보이는걸까?
하지만 이렇게 쉽게 포기할수는 없으니까 난 자꾸만 칭얼거렸다.
"만나서 우리 엘모가자"
그 시절에 엘모는 생과일쥬스를 파는 그럴듯한 청소년들의 데이트장소였다...
하지만 작은 가격은 아니여서 누구나 쉽게 가는곳은 아니였지만 난 그녀와 게임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실제로 하고싶어서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이 날만을 기다렸기에 자신있게 내뱉은것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같은말을 한다...
"미안해..ㅎㅎ그건 좀.."
눈이 뒤집히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이였다...
그동안 학교를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싣고 달려오면서도 mp3에서 흘러나오는
버즈의 사랑노래가 내 이야기인듯. 그녀와의 미래에 단꿈을 꾸던 내가 부끄러웠다...
난 대체 어디까지 착각을 헀고 혼자서 어림잡아 생각한걸까...
아마도 그건 어린나이의 사춘기가 불러일으킨 아주 무서운 생각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분노에 두주먹을쥐고 부르르 떨고있을때 자리에 서서 쿠로만 연신 시전하던 그녀가
뚱땡이 해적 안톤에게 두들겨맞고 코마가 떠버리는 사태가 발발한다...
"악 살려죠 살려죠"
머리위 빙글빙글 돌아가는 해골과 ㅠㅠ를 남발하며 죽어가는 그녀...
하지만 선뜻 난 그녀에게 다가가 코마디움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를 혼수상태로 만들어버린 뚱땡이해적 안톤의 의기양양한 걸음걸이가 무서웠던건 아니였다...
어쩌면 그녀가 의식을 잃고 내 앞에서 사라진다면 부끄러웠던 내 자신이 행한 행적들이
모두 그녀와 함께 하데스나 뮤레칸에게로 가버릴것 같은 기분이였나보다...
시간이 흐르는데도 난 그녀를 살리지 않고 그저 망설이고만 있었을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안녕..."
그 안녕을 끝으로 그녀는 사라져버렸고 ... 그 이후로는 내 귓속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마을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기는했지만 난 다가갈수없었다...
그녀의 마음이 떠나고 영락없이 초라해진 내 도트캐릭터는 그날부로 접속을 하지못했다...
그래도 난 아직 도트캐릭터를 지우지못한다...
혹시 그녀에게 날아올 편지가 있을지 모르니깐...
그리고 이 캐릭터가 사라지면...모든게 사라질꺼같으니까...
미안하다... 작고 여린 성직자 ㅅㅅㅇ 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