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전설 그 시절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지만
나는 초딩 때 컴퓨터 학원에서,
상점에서 파는 싸구려 칼과 방패를 들고 우드랜드에서 사냥을 하던 게 전부다.
내 모습을 안쓰럽게 봤는지 반이 다른 친구가 다가와 아이템이랑 자기가 쓰던 아이디를 빌려줬는데 다를 것은 없었다.
어둠은 이런 게임이구나싶어 접었다.
우리동네는 어둠을 접거나, 다른 게임을 하던 분위기였는데 유일하게 어둠을 하던 형이 있었다.
아는형네 집에 놀러갈 때 마다 어둠하는 걸 봤는데, 특이한 점은 캐릭터를 여러개 키웠다.
직업 전용 시나리오(스토리) 따위가 있는 게 아닌데 무슨 재미로 하지, 하나만 제대로 키우지싶었다.
역시 접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시즌 때,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우연히 글귀나 동영상을 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어둠을 다시 하게 됐고 모르는 게 있어 네이버에 검색을 하다 커뮤니티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커뮤니티 속 어둠의전설 세계는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으면서 게임 자체가 어려운 게임이다.
싫어도 유저에게 말을 걸고, 친해져야만 하는 구조다.
내가 즐겨하던 스타크래프트는 욕설 필터링이 없고, 어느정도 익명성도 보장이 되고, 자음만 짧게 쓰고, 욕도 하고 그렇게 쓰레기마냥 놀던 내겐 고역이었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성향인 유저를 만났다. 틀림없는 쓰레기다. 그러나 왠지 심성은 고울 것 같다는 넌센스를 주는 신비로운 유저였다. 따라서 서버를 옮겼는데,
시골 그 자체다.
인기 서버 절반도 되지 않는 유저수라서 그야말로 한다리만 건너도 모두가 다 아는 그런 서버, 아니 동네다.
모든 게임에서 자음만 대충 쓰는 나는, 어느새 최대한 예의 바르게 채팅을 치고 있었다.
귀엽게 보셨는지, 인간 실격 하나 갱생해 보겠다는 마인드인지 무엇인진 몰라도,
유저 한명한명이 다가왔고, 그룹이 돼 지금까지도 단체톡방이란 곳에서 소통을 하고 있다. 가끔.
서버 자체가 인원수가 많지 않아 당연히 톡방에 있는 인원수도 몇 안 된다.
애석하게도 신비로움을 주던 그 유저만 쏙 빠졌다.
이 톡방은 분명히 어둠의전설에서 만난 사람끼리 모여있지만 어째서인지
디아2 리마스터, 로아, 다른 게임 얘기로 시작해 사람 사는 바깥속 이야기만 주고받고 있다.
지금 톡방에서 연락하는 유저들이랑은 같이 게임을 하지 않는다.
가끔 내가 오늘 퀵던 보스 잡았는데 기술서를 얻었어요ㅋㅋ 근데 늑대변신3 이었어요ㅠㅠ 라는
얘기를 꺼내도 호응따윈 없다. 그 게임이 그럼 그렇지라는 말만 올 뿐이다.
결국은 어둠의전설 톡방이지만 나만 어둠을 하고, 어둠 얘기를 한다. 이제는 나조차도 가끔 하게 됐다.
가끔은 괜히 운영자들이 정말 밉다.
어릴 때 꿋꿋이 게임을 하며 캐릭터를 여러개 키웠었던 동네형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